기다리고 기다린 하와이 터틀베이 골프 후기.
골프를 시작한지 고작 3년여 밖에 안됐지만서도, 하와이 터틀베이 골프장은 어디서 들었는지 알고 있었다. 하와이 터틀베이. 왜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으므로 내 기준 하와이에서 제일 유명한 골프장이라고 생각했던 골프장.
터틀베이는 오아후 섬의 노스쇼어 지역 쪽에 있다. 노스쇼어 = 말 그대로 북쪽 바다. 하와이에 여행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노스쇼어는 차를 렌트해서 하루 이틀 정도 다녀오는 것 같다. 차 타고 안 막히면 1시간 조금 넘게? 차 막히면 두시간 정도 걸렸다.

터틀베이는 내 기준에만 유명한 골프장은 아니고, 실제로 하와이의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 중에 하나다. 특히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걸로 유명하고, 파머 코스가 유명하다. 예약하려면 파머 코스가 더 비싸기도 하다.
파머 코스로 평일 오전 기준 250불. 노스쇼어는 와이키키 쪽에서 거리가 있기도 하고, 오후에는 조금이라도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2부티 오후 딜을 노리지 않고 우리도 오전 티를 잡았다. 한 사람당 229불에 예약 완료.
오늘도 이보크를 타고 노스쇼어로 고고. 노스쇼어 입구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고요?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지만 역시 바보같이 이용 안해본 우리 ㅠ_ㅠ 남편이 시차적응을 꽤 힘들어한데다, 아침일찍 노스쇼어까지 운전하고 오니 체력이 딸렸다. (나는 괜찮은데 ^-^)
역시 2인 카트를 타고 출발. 파머 코스는 클럽하우스에서 카트를 타고 5분 이상 가야한다. 1번홀로 향하는 별거 아닌 이 길이 모옵시 설렌다. 클럽 하우스에서 직원의 길 설명을 듣고 가긴 해도, 꽤 가다보니 이 길이 맞나? 싶은데 GPS 화면 보고 가면 된다.

대망의 파4 1번홀 첫 티샷. 비장한 각오로 어드레스를 해보지만, 1번홀부터 많이 헤멨다고 한다.

시차 적응 안된 남편과, 그냥 3년째 골프 자체에 적응 못한 내가 정신없이 1번 홀을 치고 있는데,
우리 뒷팀은 초고수 로컬 일본 할아버지 골퍼 4분이셨다. 😱
민폐가 될까 마음이 급하고 초조해져서 빨리 치려다보니, 예상가능한 그대로 더 미스나고 더 오래 걸리고,,, 공 치러 공 주우러 뛰어 다니고 안되겠다 싶어서 줍고 끝내구 홀 아웃 하려는데,
쏘 스윗+젠틀한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 카트까지 운전해서 오셔서, 괜찮으니까 천천히 즐기고 치라고, 골프는 절대 서두르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시는데 🥹 저의 하와이 할아버지가 되어주세요 고백 공격할뻔
역시 손으로 쓰는 스코어 카드와 연필. 하와이에서 받은 스코어 카드들 중에 가장 세련된 디자인의 스코어 카드다. 대부분 촌스러움과 클래식함 그 사이 어딘가의 디자인.

코스 전체적으로 넓고 광활하고 클래식하다..는 느낌이었다. 나무는 다양해서 난 나무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 이런 말은 아무도 안 하는 거 같다. ㅋㅋ 골린이 주제에 여유로운..
그리고 시야가 넓고 시원한 느낌. 좋은 사진은 크게 봅니다.
사실 이 날은 골프가 너무 안 되서, 남편과의 하와이 골프중 가장 사진을 못 찍은 날이었다.


잔디가 정말.. 퐁신퐁신했다. 양잔디가 더 치기 어렵다는 것을 3년 정도 되어서, 하와이에 와서야 느꼈다. 정타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공이 떠서 앞으로 나가는 조선잔디와는 너무 다른 양잔디. 정타가 아니면 아주 몹쓸 결과가 나온다. 나도 언젠가 양잔디에서 뗏장 팍팍 파내며 정타 맞추는 날이 오기를.






오후가 되면 비가 잦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후반으로 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에 비가 왔다. 많이는 아니고 비옷 없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 한 홀은 비보다는 바람이 엄청 세기도 했다. 바람이 적지 않았는데, 이 역시 듣던대로 였다. 후기 너무 많이 읽고 온 것은 아닌지?ㅋㅋ
후반 어느 홀..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바라보는데, 다음홀로 이어지는 뒷편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를 배경으로..
꼭 천국으로 향하는 홀 같았다. 🙊 공은 더럽게 안 맞아도 하와이에서 한달 지내면서 터틀베이에서 골프치고 있는 내 인생 이 순간만은 천국 같았던 것이 참트루 (ᴗ͈ˬᴗ͈)ꕤ.゚

남편은 이 자리에서 공을 두번이나 해저드에 빠뜨렸고 분위기 싸해짐 😭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이 날은 남편과 내가 골프를 함께 친 이래 남편이 유일하게 짜증을 냈던 날이다.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도 이 좋은 골프장에서 그냥 즐길 걸, 뭐 그렇게 잘 치고 싶어서 짜증났다 싶다가도, 골프란 것이 어쩔 수 없이 그런것 아니겠는가 하는.

짜증을 꾹 참으며 브이 해주는 남편과. 마지막 홀 마지막 스윙 하는 남편. 화이팅!


듣기만 했던 골프장 스낵 트럭도 터틀베이에서 처음 만났다. 공이 잘 안 맞아서 배까지 고픈 남편을 위해 샌드위치와 음료수 하나 겟! 맛은 딱히 없다. 그냥 허기져서 먹은 것 뿐. 절반 정도 먹고 남겼다.
그나저나 스낵 트럭 언니 탄탄한 몸매 부럽

코스 중간에 알바트로스가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판을 봤는데 그 안내판을 보자마자 바로 알바트로스가 딱!
생각보다 엄청 크고 잘생겼고 위엄있다. 알바트로스 실물 봤으니 알바트로스.. 까진 아니더라도 이글.. 까진 아니더라도 버디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이 날 우리에게 버디조차 없었다. 😂


터틀베이 코스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제일 공통된 내용은 생각보다 바다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하도 많이 듣고 가서 바다에 대한 기대는 딱히 하지 않았다. 바다가 보인다는 시그니처 후반 17번 홀. 우선 홈페이지의 멋진 사진을 감상.


파머 코스맵을 보면, 17번홀과 18번홀이 바다와 닿아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외의 홀들이 딱히 지대가 더 높다거나 하지 않아서 두 홀을 제외하고는 바다는 실제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 클릭하면 홈페이지 코스 설명으로 연결됩니동.

레드 티박스에 서면 시야가 이렇다. 생각보다 오르막 느낌이 좀 더 들고, 그냥 다 벙커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 든다. ㅋㅋ 그래도 내 드라이버 거리를 고려해서 나름 에이밍을 해본다.

카트타고 페어웨이 진입하여 한 컷. 천국이냐고요? 맞아요.

공략 성공! 벙커 지옥에 빠지지 않고 페어웨이로 보냈다. 아직도 한참 더 오르막인 듯한 느낌. 뒷땅/탑핑/철푸덕 하면 무조건 벙커다. 벙커는 곧죽어도 싫다는 골린이의 마음으로 초집중해서 세컨 아이언을 쳐본다.

벙커가 싫어서 길게 잡았더니 이럴 땐 또 왜 그렇게 잘 맞는지. 그린을 조금 넘어가서 어프로치 하고 쓰리온 쓰리빠따로 더블 마무리. 😂 덕분에 바다 구경 짧고 길게 잘 했다. ㅋㅋㅋ
17번홀 뒤로 보이는 바다 풍경인데, 사실 이 조차도 그렇게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은 아니다. 그냥 시그니처 홀이고 바다가 이 정도 보인다.. 정도 생각하고 가기.


18번홀까지 라운딩이 끝나고 카트 길에서 찍었던 사진인것 같다. 날이 화창했으면 조금 더 멋졌을것 같긴 한데, 그냥 터틀베이라는거, 하와이 바다라는거 그거만으로 행복하지 뭐.


그린은 거의 내가 겪어본 그린 중에 가장 빨랐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많이많이많이 빨랐다. 유리그린이란 이런것인가.. 감탄에 감탄을 계속한 그린. 빠른 그린 최고. 흐린 날씨 탓에 사진도 좀 흐리지만.. 그럼에도 보이는 관리 잘된 그린.


터틀베이 프로샵에는 살게 많다. 사진을 많이 찍진 못했지만, 일단 터틀베이는 골프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으므로, 터틀베이 로고가 들어간 무언가라도 사기 좋다. 나는 친척분들의 모자와, 친구들의 네임택, 가족들의 티셔츠를 사왔는데,
더 사지 않았음을 매우X100000 후회한다.
특히 이름을 새겨주는 네임택은… 이렇게 멋지고 좋은 선물이 없는데, 이거 새기는데 시간은 걸리는데 비는 갑자기 많이 오고, 남편은 피곤하다고 짜증이 가득올라왔고.. 가족들꺼, 친구들꺼 해서 한 10개? 정도만 사고 말았는데, 터틀 베이 가시는 분들, 주변 분들에게 꼭 선물로 구매하기 메모메모!!
퀄리티도 좋고 가격도 25불밖에 안 합니다. 25불이 몇십개 사자면 물론 큰 돈이 되기는 하지만, 가격 대비 퀄리티가 너무 좋고, 이름을 새겨주니 커스텀이 되서 가성비가 무척 좋다고 느껴졌어요. 실제로 선물 받은 친구들의 반응도 최고임.
정작 산 옷은 안 찍고 안 산 옷만 사진이 있는데, 옷도 좀 더 사올걸 아쉽.. 아빠는 청록색 나이키 터틀베이 로고가 새겨진 반팔티를 사다드렸는데, 컬러도 예쁘고 가격도 세일해서 60불 정도밖에 안 해서 주는 나도 ^^ 받는 아빠도 예쁘다고 만족만족 대만족.


